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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카에서 시작된 감각, 시대의 실루엣이 되다
2026년 6월 11일
매년 약 1,300명. 아시아 패션의 심장이라 불리는 일본 문화복장학원, '분카 패션 컬리지'에 모여드는 신입생의 수이다. 이들은 길게는 4년 동안 밤낮없이 재봉틀을 돌려가며 완벽한 패턴과 봉제, 실루엣을 익힌다. 하지만 동시대 재능들이 우글거리는 이 분카에서도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디자이너는 잔인하리만치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업계에서 명성을 쌓고 오랜 시간동안 활동을 이어나가는 그들의 성과는 더욱 값지다. 저마다 가장 이질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진화해 옷의 한계를 넓힌 7명의 디자이너. 정통과 이단,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해 낸 디자이너 7명의 패션 세계를 지금 만나보자.

아방가르드 대부 요지 야마모토(Yohji Yamamoto)의 진짜 시작은 명문 게이오 법대를 졸업하고 찾아간 문화복장학원의 철저한 '이방인' 시절이다. 어머니의 양장점 일을 돕기 위해 어린 여학생들 사이에서 늙수그레한 남학생으로 버티며 느낀 소외감, 그리고 카부키쵸 뒷골목에서 관찰한 여성들의 고단한 삶은 그에게 주류를 향한 반항심을 심어주었다. 이 이단아적 시선은 훗날 완벽함을 거부하는 비대칭과 여성의 몸을 숨기는 거대한 검은색 실루엣으로 폭발하며 서구 패션계의 질서를 완전히 뒤엎었다.

본명 나가오 토모아키보다 우라하라주쿠의 대부 후지와라 히로시를 쏙 빼닮아 주변에서 부르기 시작한 '2호기(NIGO)'라는 이름이 평생의 수식어가 된 인물. 분카에서 만난 준 타카하시와 밴드 활동을 하며 서브컬처를 탐닉하던 그는, 'NOWHERE' 매장의 남은 절반을 차지해 자신의 로고 티셔츠와 빈티지를 팔기 시작했다. 이때 탄생한 'BAPE'로 일본 스트릿 패션의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 그는 현재 'HUMAN MADE'를 통해 패션과 음악, 라이프스타일을 자유롭게 지휘하는 문화 아이콘이 되었다.

분카 시절, 교실에서 재봉틀을 돌리기보다 클럽에서 펑크 밴드 '도쿄 섹스 피스톨즈'의 보컬로 소리치는 데 더 열중했던 이단아. 그는 교실 밖 서브컬처에서 흠뻑 흡수한 기괴하고 반항적인 펑크 정신을 패션으로 치환했다. 니고와 하라주쿠 뒷골목의 비좁은 매장을 반으로 쪼개 차린 노웨어(NOWHERE)에서 출발한 그의 브랜드 언더커버(UNDERCOVER)는 하위문화의 에너지를 하이엔드 런웨이로 끌어올리며 전 세계 패션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분카를 거쳐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CSM)까지 명문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는 쟁쟁한 선배들이 보여준 날 선 해체주의나 수학적인 테일러링을 답습하는 대신 디자이너의 '통제권'을 자연에 넘겨버리는 기행을 택했다. 버려진 원단을 철조망에 묶거나 밧줄로 감아 수개월간 방치하여 자연스레 색을 바래게 만드는 '선 블리칭(Sun-bleaching)' 기법이 바로 그것. 분카에서 배운 단단하고 정교한 옷의 구조 위에 인간이 결코 계산할 수 없는 시간과 날씨의 흔적을 덧입힘으로써, 지용킴(Jiyong Kim)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낭만적인 아방가르드를 탄생시켰다.

1984년 분카를 졸업하자마자 꼼데가르송에 입사한 준야와타나베(Junya Watanabe)는 분카에서 다진 탄탄한 기초를 바탕으로 가장 기계적이고 수학적인 '테크노 꾸뛰리에'로 진화했다. 리바이스 청바지나 노스페이스 재킷 같은 투박한 기성복을 무자비하게 해체한 뒤 철저한 계산 아래 다시 조립하고 분카에서 배운 정교한 패턴 기술이 혁신적인 신소재와 결합하면서, 평범한 노동자의 옷을 하이엔드 런웨이의 예술품으로 격상시킨다.

분카에서 패턴의 뼈대를 세우고 꼼데가르송의 천재적인 패턴사로 활약했던 그는 패션계의 기묘한 연금술사다. 분카 동문이자 사카이(Sacai)를 이끄는 아베 치토세의 남편이기도 한 그는 절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질적인 소재와 다소 촌스러운 색감들을 컬러(Kolor)에 기가 막히게 섞어놓았다. 분카 특유의 완벽하고 정교한 테일러링을 할 줄 알면서도 그 위에 구겨진 나일론을 덧대거나 묘하게 어긋난 디테일을 의도적으로 배치하는 '계산된 불균형'이 그의 진짜 무기라 할 수 있다.

분카 출신의 선배들이 대체로 해체주의, 펑크, 아방가르드 등 강렬한 시각적 충격과 기교에 몰두해 왔다면 오라리(Auralee)의 이와이 료타는 정반대의 궤도를 달렸다. 몽골의 오지나 뉴질랜드의 고산지대 등 전 세계를 뒤져 최고급 원사를 직접 찾아내고, 실을 잣는 것부터 디자인을 시작하는 그는 기교를 쫙 뺀 극단적인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그를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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