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에 목마른 채 옷을 착용한다면 멋짐이라는 신기루를 스쳐 입은 그 의상들이 잠 속인지 잠 바깥인지 알아차릴 때까지 시간이 꽤나 걸리죠. 누군가가 남긴 취향을 따라간다는 건 쉽게 한움큼 쥔 모래처럼 스스스 빠져나가기 마련이죠. 얼마전 떠난 구찌의 CD 알산드로 미켈레는 그의 관심분야를 구찌의 아카이브 내에서 발굴해 착용자들에게 입는 재미와 보는 이의 재미의 간극을 잘 좁혔어요. 누구나 입을 수 없는 불평등의 시대를 누려왔던 올드 구찌의 한장이며 럭셔리 하우스를 고수했던 그날의 것들은 원단 자체부터 호사스럽기 그지 없죠. 미켈레는 아카이브 들춰보는 재미 쏠쏠했을겁니다. 항상 증거가 불충분한 채 컬렉션을 열어야 하는 입장에 있는 디자이너로써 지나왔던 길을 반추한다는 건 상대적으로 쉬웠을테니깐요. 각설하고 종군기자시절 이후의 해밍웨이의 문장처럼 박력있고 굳센 모델입니다. 모헤어가 함유된 저 벌키한 볼륨감도 그렇고 손으로 짠 손맛의 투박함도 너무나 강렬해요. 경험을 권합니다. 사이즈 105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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