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나시는... '민소매'라고 부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이건 '속옷의 형식을 빌린 선언문' 같은 거예요. 요즘 다들 깨끗하게 로고 하나 박힌 미니멀한 탱크탑, 아니면 오버사이즈로 어깨를 덮어버리는 캡 슬리브리스 입잖아요. 근데 얘는 좀 달라요. 딱 봐도 '의도적으로 평범한 척' 하고 있습니다. 색이 일단 그래요. 가장 흔해 빠진 화이트 저지. 그런데 핏을 보면 미묘하게 목선과 암홀 파이핑(Piping)이 좁거나, 혹은 묘하게 '옛날 속옷' 같은 뉘앙스를 풍깁니다. 그 흔한 광택이 없어요. 그냥 '땀과 체온에 익숙해질 것 같은 면'. 이상하게 그게 야릇하게 멋있습니다. 거기에 프린트가 깔끔하게 박혀 있어서, 괜히 더 '마초적이면서도 동시에 섬세한' 분위기를 냅니다. 마치 군복처럼 정직한 폰트로 가장 개인적인 아이템에 자신의 소속을 박아 넣은 느낌이랄까요. 올리 신더 치고는 과하게 조용합니다. 라텍스나 해체적인 밀리터리 실루엣의 거친 실험 대신, 가장 기본으로 돌아갔어요. 그렇다고 심심하진 않죠. 그게 좀 웃깁니다. 대놓고 평범한 나시인데, 그냥 지나치기엔 그 몸에 감기는 핏과 로고가 주는 서브컬처적 존재감이 있거든요. 원단은 100% 면. 딱히 기능성 소재 같은 거 없습니다. 조용하게, 태연하게 몸에 밀착됩니다. 어쩌면 가장 솔직한 옷일지도 모릅니다. 무엇도 가리지 않고, 오직 자신의 몸과 메시지만을 드러내니까요. 이 나시가 재밌는게요, 새 건데, 이걸 입는 사람은 처음부터 '내 몸은 이 옷에 완벽하게 익숙해져 있다'고 주장해야 합니다. 그 묘하게 좁은 어깨 끈, 몸의 선을 따라 흐르는 핏. 이건 운동용 런닝셔츠의 뉘앙스를 가져와, ‘새로운 남성성'의 문장으로 재탄생시킵니다. 딱 그런 거 좋아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옷은 무심한데, 몸에 대한 태도는 진지한 사람들. 혹은 가장 클래식한 형태에서 가장 아방가르드한 메시지를 읽어내는 사람들. 이게 그 맛이에요. 요즘 다들 겉옷에 힘주고 사는데... 이상하게 전 이런 거에 끌립니다. 태가 안 나오는 듯 하면서도, 이걸 입고 거울을 보면 '나라는 정체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죠. 이건 그냥 '나시'도 아니고 '이너'도 아닌, 그냥 '옷을 입지 않은 것처럼 솔직한 태도' 그 자체랄까요. 누가 입어도 불편하지 않지만, 아무나 소화할 수는 없고, 그래서 이것 또한 오래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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