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23일
키링, 우리말로는 열쇠고리가 가지고 있던 본래의 기능은 지금 시대엔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현관문엔 도어락이 달려있고 자동차는 스마트 버튼으로 시동을 거는 열쇠가 없는 시대니까요.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여전히 키링을 사서 여기저기에 걸고 다닙니다. 쓸모는 없지만 예쁘기 때문이죠. 쓸모없고 예쁜 것은 출구가 없는데 그래서 무섭습니다. 일단 한 번 빠지면 계속 돈을 쓰게 되죠. 그냥 예뻐서 산 포켓몬(뮤츠), 에반게리온(아스카), 해리포터(불사조 기사단) 키링이 있는데 이거 자랑하고 싶어서 열쇠로 들어가는 집도 사고 싶고 올드카도 사서 열쇠에 걸고 싶습니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유치하지만 그래도 재미가 있죠. 그래서 다들 인스타그램 열심히 하잖아요. 옷 한 벌 살 때는 이것저것 고민하다 더 둘러보고 올게요 하고 매장을 빠져나오지만, 열쇠고리는 그런 과정들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격도 만만한 편이고, 나의 착장에 어울릴까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되는 악세사리니까요. 뭐 올드카까지 갈 것도 없이 키링은 가방, 청바지, 에어팟 케이스에 툭 걸어놓기만 해도 존재감을 뿜어냅니다. 어떤 스타일이 유행하면 다들 비슷한 아웃핏으로 다니기 마련인데 그럴 때 내가 고른 키링 하나가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를 만들어줄 수 있으니 참으로 유용한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겠죠. 쓰고 보니 이 정도면 쓸모없고 예쁘다고 한 말은 취소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기 어렵지만 이번만은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키링 컬렉션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